오늘은 그냥 이야기를 쓰고 싶은 날이다.
그날의 느낌을, 그 순간의 여운을 기록하고 싶어서.
남편의 보호수 촬영을 따라갔던 날,
남원의 한 작은 마을을 찾았다.
파평윤씨 마을, 처음 보는 낯선곳이었지만
그 곳에서 난 오래된 동화를 만났다.
나는 지리산을 말로만 들었지
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.
웅장하고 깊게 굽이진 산골짜기,
그 아래로 길게 이어져있는 작고도 조용한 마을.
그리고 그 마을 한가운데ㅡ
오랜 시간을 품고 마을을 지키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,.
문득, 마음 속에서 이야기 하나가 튀어나왔다.
"옛날 옛적에, 밤마다 호랑이가 내려오는 작은 마을이 있었지..."
할머니가 읽어주던 전래동화 속 한 장면처럼
그 마을은 마치 책장이 펼쳐지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.
돌담을 따라 걷는 길,
이끼 낀 돌 하나하나,
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.
그 속에서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..
어디선가 소 한마리가 울고
당장이라도 아이들이 뛰는 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
그 조용했던 오후.
그 곳은 단지 한 마을이 아니었다.
전래동화가 숨쉬는 무대였고
이야기가 아직도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장소였다.
그 마을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
나는 분명 무언가를 들었다.
말로는 다 옮길 수 없는 이야기 하나가
조용히, 그러나 분명히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앉았다.
그 여운을, 오늘도 난 간직하고 있다.
지리산, 남원에 대한 나의 첫기억은 이렇다.
리코더만 불던 내가 마치 오케스트라를 접한듯
지리산의 스케일에 넋을 잃었던 날,
그리고 전래동화가 여기서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
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던 마을과의 만남.
그 추억을, 이 공간에 소중히 남겨본다.